지난 8월 28일(미국 현지시각), 영화 의 주연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대장암 투병 끝에 만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보스만 측의 사망 공식 발표 전까지 투병 사실 자체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에, 전 세계 팬들과 할리우드 배우·관계자들은 큰 충격 속에 ‘영원한 트찰라 왕’을 추모했다.
이로써 2022년 개봉 예정이었던 의 미래는 주연 배우 및 스토리를 전면 교체하느냐, 아니면 제작을 완전 중단하느냐 둘 중 하나로 갈릴 듯하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인기 드라마들도 몇몇 주요 캐릭터를 어느 날부터 급작스럽게 볼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쉬운, 혹은 황당한 이유로 시청자들의 곁을 떠난 드라마 속 인물들에 얽힌 속사정을 알아보자.
케이트 케인(루비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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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 영화 등에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은 루비 로즈는 일찌감치 자신을 ‘젠더플루이드’(여성과 남성은 물론 다양한 성별을 유동적으로 오가는 젠더)로 규정한 성소수자다.
로즈는 의 주인공 케이트 케인/배트우먼 역으로 캐스팅됐을 때부터 일부 네티즌의 과도한 비난에 시달렸는데, 이들의 반대 이유는 어이없게도 ‘원작의 케이트 케인은 유대계 레즈비언이지만 루비 로즈는 유대인도, 진짜 레즈비언도 아니다’란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로즈는 2019년 초 액션신 촬영 중 척추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10일 만에 촬영에 복귀하는 등 무리한 일정에 시달렸다.
결국 이번년 5월 하차 소식을 밝혔다.
2021년 방영될 시즌 2는 주인공 케이트 케인이 실종 처리되고, 하비시아 레슬리가 새로운 배트우먼 라이언 와일더로 등장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화·드라마 업계 전체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지만, 루비 로즈가 심신을 잘 추스르고 복귀해 이전처럼 멋진 연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제시카 피어슨(지나 토레스)
2018년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인기 법정 드라마 에서 두 주인공 마이크 로스와 하비 스펙터를 제외하고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는 역시 제시카 피어슨이 아닐까? 초창기부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 피어슨은 시즌 6에서 돌연 가족 문제로 로펌을 떠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차 이후 지나 토레스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란 쇼는 물론 또 하나의 자아 같은 제시카 피어슨을 사랑하지만, 내 개인적인 삶을 챙기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마침 출연 계약이 끝난 참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팬들은 혹시나 마지막 시즌의 피날레에 지나 토레스가 깜짝 출연하지 않을까 기대도 했지만, 이 역시 스케줄 문제로 불발돼 아쉬움을 더했다.
대신 토레스는 이후 제시카 피어슨의 새로운 커리어를 그린 스핀오프 드라마 으로 2019년 안방극장을 다시 찾았으며, 한국에서도 웨이브를 통해 전편을 볼 수 있다(아쉽게도 시즌 2 제작이 무산됐다).
로렌스 커트너(칼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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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미드의 대표 맛집으로 꼽히는 는 8개 시즌 동안 익숙한 배우들이 여럿 거쳐간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국계 배우 존 조와 함께 영화 시리즈를 이끈 칼 펜은 에서도 장난기 있지만 열정적인 의사 커트너로 열연해 인기를 얻었다.
문제는 커트너의 결말이 지금 봐도 매우 어이가 없다는 점인데, 2009년 4월 커트너는 뜬금없이 총으로 자신을 쏜 후 집에 찾아온 동료들이 그의 시신을 발견하는 것으로 퇴장했다.
심지어 커트너의 자살 이유는 극중에서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미스터리로 남아 평론가들의 비판을 초래하기도 했다.
사실 이렇게 극단적인 서사가 순식간에 진행된 건, 칼 펜이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휘하의 백악관 공공업무실(OPE, the Office of Public Engagement) 부책임자로 취임하면서 하차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 참여는 엄연히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앞으로의 드라마들은 팬들의 정신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캐릭터의 엔딩을 조금이라도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꾸며 줬으면 한다.
칼린다 샤르마(아치 판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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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대표작 는 한국(2016년)과 일본(2019년)에서 잇따라 리메이크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 알리샤 못지않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매력적인 로펌 조사원 칼린다 샤르마다.
첫 시즌부터 고정 캐릭터였던 칼린다는 시즌 6에서 거물 마약상 비숍의 뒤를 파헤치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공교롭게도 그 전에는 많은 팬들이 “시즌 4 14화 이후 알리샤와 칼린다가 한 화면에 같이 나온 적이 없다”고 지적하며, 알리샤 역 배우 줄리아나 마걸리스와 아치 판자비의 불화를 의심한 적도 있었다.
2015년 초 아치 판자비는 영국 ‘라디오 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차 이유를 밝혔다.
본인의 해명에 따르면 판자비는 BBC-넷플릭스 합작 드라마 촬영장에서 질리언 앤더슨의 갑작스러운 키스를 받는 장면을 찍던 중, 감독으로부터 ‘조금만 자제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저돌적으로 촬영에 임한 건 아니지만, 이전의 캐릭터(칼린다)가 영향을 끼친 만큼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판자비는 이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인터뷰에서도 “이 쇼()가 내 균형을 잡아 준 건 맞지만,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야 그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하차 이유가 동료 배우와의 불화였든, 아니면 정말 연기 인생 개척을 위한 선택이었든 간에, 팬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시청 욕구가 뚝 떨어질 만큼 섭섭한 사건이었다.
에그테일 에디터 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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