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 섭은낭](2015): 무협영화·장르영화의 공식 비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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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0★​▶어긋난 운명, 검객의 선택​ 섭은낭에게는 정해진 운명이 있었다.

혼인으로 지방 세력(위박)과 당 황실의 평화를 중재하는 것. 섭은낭은 이 운명에 불화를 느끼지 않았고, 결혼 상대인 진계안을 존중했다.

하지만 위박을 둘러싼 상황이 변하면서 진계안은 섭은낭이 아닌 다른 여성과 혼인하게 된다.

혼사가 틀어지자 섭은낭의 부모는 검술 스승에게 그녀를 맡기고, 스승은 섭은낭을 자객으로 키운다.

​ 섭은낭은 뛰어난 자객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스승은 그녀의 마음이 모질지 못함을 못마땅해 한다.

그래서 섭은낭의 정혼자였던 진계안을 죽이라는 명을 내린다.

영화는 섭은낭의 어긋난 운명과 그녀의 내면, 스승의 명령을 교차시키며 섭은낭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것이 어그러졌지만, 섭은낭은 여기에 짓눌리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윤리적인 선택을 내린다.

검의 길 대신 인륜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장르영화 공식 비틀기​ 영화가 섭은낭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이 영화에는 기존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화려한 액션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도로 압축하고 절제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조용하고 잔잔하며, 차분하다.

이것이 이 무협이라는 장르영화를 비트는 방식이다.

무협영화의 옷을 입되, 무협영화의 특징은 버렸다.

그리고 액션이 아닌 내면, 감정으로 영화를 끌어 나간다.

​ 그래서 이 영화는 장르영화의 궤적 안에서만 빛난다.

액션 없는 무협영화라는 점을 빼면, 이 영화의 특별함은 없다.

섭은낭의 윤리적 선택(‘인륜’)이 특별히 빼어난 것도 아니고, 영화의 차분한 분위기가 압도적인 차별점을 지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기존 무협영화가 가지 않은 길을 걸음으로써 영화는 스스로를 특별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무협이라는 장르영화가 걸어온 궤적에 별 관심이 없는 관객은 이 영화만의 재미와 의미에 감동받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객섭은낭 #무협영화 #장르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