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Mauve), 색의 혁명을 이끌었지만 잊혀진 화학자 윌리엄 퍼킨 이야기

사이먼 가필드의 『모브』는 ‘모브(mauve)’란 최초의 합성염료를 발명한 윌리엄 퍼킨이라는 화학자에 관한 책이다.

이 이야기는 당연히 한 사람의 화학자와 그의 발명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의 발명이 후에 어떤 식으로 이어졌는지까지 연결되는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사실 윌리엄 퍼킨은 잊혀진 인물이다.

책을 접하기 전에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모브라는 염료, 혹은 색채에 대해서도 그렇긴 한데, 그의 발명이 가져온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조금은 의아한 측면도 없지 않다.

순수 화학에 대비해 사업화로 나아갔던 데 대한 어떤 반감이 존재했던 것은 아닌가 싶지만, 살아 생전의 그에 대한 찬사를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만은 같지 않다.

그래서 더욱 그와 그의 발명에 대한 책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1856년 윌리엄 퍼킨이 모브를 발명(발견?)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 열여덟 살 때이다.

화학자 지망생이던 그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키니네를 인공 합성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한참 후에야 성공했던 키니네 인공 합성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실패를 거듭했다.

대신 그 실패의 부산물로 나온 침전물이 우아한 색깔을 내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역사 속 대부분의 발견이 그렇듯 그의 발명은 우연일 수 있지만, 그 우연을 그냥 넘기지 않은, 번뜩이는 지성이 있었고,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간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색, 모브는 특정한 계기에 힘입어 유행을 탔고, 그는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다.

화학이 이론적인 학문을 넘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으로 전환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염료의 합성은 단순히 색을 만드는 일에만 그친 게 아니었다.

세균을 염색해서 세균병인론으로 이끌기도 했고, 염료 자체가 약이 되기도 하여 에를리히는 살바르산이라는 매독치료제를 개발했고, 도막크는 지금도 항생제로 쓰이는 설파제(sulfonamide)를 개발했다.

모두 노벨상을 수상했다.

또한 합성수지의 합성으로도 이어져 현대 문명의 중요한 수단을 만들기도 했다.

주변을 보면 화학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며, 비록 그의 이름은 잊혀졌지만 그의 발명에서 이어진 실용적 화학의 결과물인 셈이다.

이 책을 통해 잊혀진 화학의 영웅을 알게 되었고, 색(色)을 알게 되었고, 현대 산업의 중요한 축의 원천 중 하나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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